안녕하세요.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으로 지식iN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김은철 변호사입니다.
1. 민법 제407조(채권자평등주의)의 해석론
가. 민법 제407조(채권자평등주의)의 법적성질에 관한 논의
민법 제407조는 “사해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그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407조의 문언은 상대적 효력설을 전제로 여러 명의 채권자가 동시 또는 이시에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어느 한 채권자가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것을 넘어서서 그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친 경우 비로소 후행소송의 권리보호이익이 없게 된다는 대법원의 입장과는 일견 모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하여 실무와 학계에서는 채권자취소권의 상대적 효력과 민법 제407조의 조화를 도모하는 시도가 있었고 민법 제407조의 해석에 관한 주된 견해로 자리 잡았다고 이해됩니다.
즉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상대적 효력설(채무자에 대한 효력 국면) 및 병합설을 채택한 우리 민법·판례의 태도와 민법 제407조를 모순 없이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나, 민법 제407조의 법적 성질을 두고 다음과 같이 설명하려는 견해들이 있습니다.
① 민법 제407조는 단지 채권자평등주의의 이념을 선언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라고 소극적으로 파악하자는 견해로서 입법론적 견지에서 불필요한 규정이므로 삭제되어야 한다는 견해(이념적 해석론 내지 소극설), ② 사해행위취소 판결의 기판력은 원래 소송당사자인 취소채권자와 수익자(전득자) 사이에서만 미치지만, 이를 확장하여 다른 채권자에게도 미치게 하는 조문이라는 견해(기판력 확장설), ③ 취소판결의 형성력을 근거로 모든 채권자에게 효력이 미친다는 견해(실체적 형성력설), ④ 민법 제407조 전단의 ‘전조의 규정에 의한 취소와 원상회복’이라는 법률요건사실이 갖추어지면 그에 따라 다른 채권자들도 승소판결의 효력을 원용할 수 있는 반사적 효력을 받는다는 견해(법률요건적 효력규정설)가 있습니다. 그리고 ⑤ 취소와 책임재산의 환원을 구분하여 책임재산의 환원이 이루어지면 다른 채권자들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보는 견해[평등주의(공동담보) 선언설]가 있습니다.
민법 제407조에서 취소판결의 효력이 모든 채권자에게 미친다는 의미는 소송법상 형성력, 기판력 또는 실체법상 취소의 효력이 미친다는 것이 아니라 사해행위취소에 따라 회복된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의 단계에서만 취소채권자가 아닌 다른 채권자도 참가할 수 있다는 제한적인 의미로 새겨야 할 것입니다. 평등주의(공동담보) 선언설이 민법 제407조의 연혁적 의미를 가장 잘 담고 있는 견해라고 생각됩니다.
나. 민법 제407조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
1) 대법원의 기존 입장
우리 판례는 사해행위취소의 효과는 당사자인 취소채권자와 수익자 또는 전득자에게만 미치고, 소송에 참가하지 아니한 채무자 또는 다른 채권자에 대하여는 미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1989 판결 등 참조) 애초에 상대적 효력설과 병합설의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또한 원칙적으로 취소채권자의 취소의 범위를 취소채권자의 채권 만족에 필요한 범위, 즉 취소채권자의 채권액을 한도로 허용하고,(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다10864 판결 다수의 채권자들이 동시 또는 이시에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해행위의 목적물이 금전이어서 금전의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나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여 가액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취소채권자는 그 금전을 채무자가 아닌 자기에게 직접 반환하거나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채무자가 취소 목적물인 금전을 수령하지 않거나 반환받은 목적물을 은닉·소비하는 경우 취소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되어 취소권행사가 무용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설명됩니다.
나아가 현재 판례는 가액배상의 경우에 취소채권자가 그 금전을 자신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렇게 가액배상금을 수령한 취소채권자는 지급받은 금전을 채무자에게 반환할 의무와 채무자에 대한 자신의 채권을 상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취소채권자가 아닌 다른 채권자의 집행의 기회가 박탈됩니다. 책임재산의 회복과 그에 따른 개별집행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는 민법 제407조의 문언에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 효력설에 의하여 그 적용 영역이 제한된 채권자평등주의의 실현 또한 불가능하게 한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원물반환이 이루어지는 경우 사해행위 당시 채권자들도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개별적인 강제집행절차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근거 규정으로서 민법 제407조를 언급한다거나, 채무자 명의로 회복된 재산에 대하여 취소채권자의 우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5다14595 판결) 이는 앞서 본 평등주의(공동담보) 선언설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것입니다.
2) 민법 제407조의 적용 범위 확대 시도
최근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민법 제407조를 사해행위 취소판결의 결과 환원된 책임재산의 효력에 관한 문제로만 국한된다고 볼 수 없는 판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실질적인’ 근거로서 민법 제407조를 활용하여 그 적용 여부를 확대해 나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대법원 2015. 11. 17. 선고 2013다84995 판결 [가] 판결
대법원은, 취소채권자가 수익자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판결을 받았으나 아직 말소등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채권자가 해당 판결에 기하여 채무자를 대위하여 수익자 명의 이전등기에 관한 말소등기를 마친 사안에서,
Ⓐ 사해행위취소로 인한 원상회복판결의 효력은 채무자나 다른 채권자에게 미치지 아니하므로 해당 말소등기에는 절차상 흠이 존재하나, Ⓑ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한 경우 그 취소의 효력은 민법 제407조에 의하여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미치므로 수익자는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하여도 사해행위의 취소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의무를 부담한다는 점 등을 들어 해당 말소등기가 실체관계에 부합한 유효한 등기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가] 판결은 Ⓐ 부분에서 사해행위 취소판결은 상대적으로 효력이 있다는 기존의 입장에 따라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다른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말소등기를 신청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 판결의 Ⓑ 부분은 채무자 명의의 등기가 실체관계에 부합한 유효한 등기라는 결론의 근거로 취소채권자가 아닌 다른 채권자가 이미 사해행위가 취소되었다는 사정을 들어 수익자를 상대로 말소등기청구를 하면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 부분은 민법 제407조에 관한 기존 논의와 판례의 입장으로는 좀처럼 설명되지 않는점이 있습니다. 사해행위의 취소는 소로써 구하여야 하나 취소채권자가 아닌 다른 채권자가 아직 소로써 채권자취소를 구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책임재산인 부동산이 아직 채무자에게 환원되지 않았으므로 민법 제407조가 근거로서 제시될 국면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민법 제407조를 형성판결의 대세효, 기판력의 확장 내지 실체법적 효력의 인정으로 설명하려는 견해에 따르면 위 Ⓑ 부분 설시가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위 입장은 채권자취소권의 효력에 관한 판례의 기본적 입장인 상대적 효력설과 모순되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나)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5다217980 판결 [나] 판결
대법원은 채무자가 사해행위취소로 등기명의를 회복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매매계약이 사해행위로 취소되고 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수익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어 채무자의 등기명의가 회복되더라도, 사해행위의 취소는 채권자와 수익자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효력이 있으므로 채무자의 처분은 무권리자의 처분에 해당하여 제3자에게 마쳐 진 소유권이전등기 등은 모두 원인무효의 등기로서 말소되어야 하고, Ⓑ 취소채권자나 민법 제407조에 따라 사해행위취소와 원상회복의 효력을 받는 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취급되는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위하여 원인무효 등기의 명의인을 상대로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판결의 Ⓐ 부분, 즉 채무자가 제3자에게 마쳐준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고 본 부분은 사해행위취소의 상대적 효력에 충실한 것으로 타당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 부분, 즉 취소채권자가 아닌 다른 채권자에게 직접적인 말소등기청구권이 인정된다는 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비판하는 견해가 다수 존재하고,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로 구성하여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등 실체법적 근거를 제시하는 여러 시도들이 있습니다.
[나] 판결은 [가] 판결과는 달리 사해행위 취소판결을 통해 이미 채무자의 명의로 책임재산이 환원된 상태에서 취소채권자가 아닌 일반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민법 제407조에 따라 효력을 받는 일반채권자가 단순히 환원된 재산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소극적 수혜를 입는 것에 나아가 그에 따른 이익을 침해당하는 경우 이를 구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민법 제407조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귀하의 문의사항에 대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의 집행으로 원상회복이 이루어졌다면 취소채권자와 일반채권자들은 채무자 명의로 회복된 책임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해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액배상의 방식으로 원상회복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취소채권자가 사실상 우선변제를 받는 경우가 많겠지만 취소채권자
가 경매절차에 참가하지 않은 경우 등에는 원상회복으로 인한 이익은 취소채권자가 아닌 일반채권자들이 누리게 되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사해행위취소판결에 따른 원상회복이 이루어지면 일반채권자들도 민법 제407조에 따라 회복된 재산으로부터 채권의 만족을 얻게 되지만, 만일 취소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받고도 집행에 나아가지 않는다면 (별도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일반채권자들은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이는 대법원이 상대적 효력설을 전제로 여러 명의 채권자가 동시 또는 이시에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어느 한 채권자가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것을 넘어서서 그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친 경우 비로소 후행소송의 권리보호이익이 없게 된다고 보면서 민법 407조를 사해행위 취소판결의 결과 환원된 책임재산의 효력에 관한 문제로만 국한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법원이 ‘실질적인’ 근거로서 민법 제407조를 활용하여 그 적용 여부를 확대해 나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안으로 대법원 2015. 11. 17. 선고 2013다84995 판결과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5다217980 판결 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는 위 1.항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기타 문의사항은 전화(02-596-3037, 변호사 김은철 법률사무소)로 상담하시면 됩니다.
[참고]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등기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등기란 형식적 유효요건을 결여한 등기나 권리변동의 과정에 합치되지 않는 등기일지라도 일단 등기가 된 이상 현재의 권리상태에 부합하는 것이면 이를 유효한 등기로 인정하는 이론입니다.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는 말의 의미는 “①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 있고 ② 동 계약당사자간에 등기청구권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법률상 하등의 지장이 없고 따라서 등기의무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정당한 하등의 사유가 없는 경우 등기가 위와 같은 양 당사자의 실질적인 관계에 상응하는 것이라면 동 등기가 등기의무자의 신청에 의하지 아니한 하자가 있다고 해서 이를 반드시 무효로 하지 않으면 아니 될 이유가 있다고도 할 것이 아니므로 등기가 실체관계에 부합하여 유효하다고 할 때 위와 같은 경우까지를 이에 포함시켜 무방하다 할 것입니다.(대법원 1978. 8. 22. 선고 76다343 판결)
예를 들어 A가 이 사건 토지를 B에게 매도하고, B는 이를 C에게 증여한 경우에, C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유함에 있어서, 사망자 A의 인감증명으로 사망자 A를 매도인으로 한 등기신청서류를 사용하였다거나, A로부터 B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C 앞으로 등기를 경유하였다 하더라도, 그 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는 것은 ①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 있고 ② 동 계약당사자간에 등기청구권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법률상 하등의 지장이 없고 따라서 등기의무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정당한 하등의 사유가 없는 경우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즉 A가 B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행사를 저지할 실체법상 항변사유가 없고, B역시 C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행사를 저지할 실체법상의 항변사유가 없는 상태이어야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 해제된 경우 이미 마쳐진 C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또한 B가 A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A는 동시이행항변을 할 수 있는 것이어서 마찬가지로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제3자 보호규정의 적용이 있는 경우에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여 유요하다고 평가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위의 공탁에 관하여 을 제2호증(공탁서)의 기재를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소송계속중인 1989.7.25. 정리회사인 주식회사 광명건설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상의 잔대금으로 금 31,425,000원을, 이 사건 제1심 대구지방법원 89가합3568 사건의 소취하증명원 교부를 조건으로 원고를 공탁물수령인으로 하여 공탁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위 부동산에 관한 피고의 등기가 원심 판시대로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적어도 위 공탁이 적법한 것으로서 피고가 매매대금을 전액 지급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등기가 실체적권리관계에 부합한다고 하는 것은 그 등기절차에 어떤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진실한 권리관계와 합치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매매대금 전액이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 할 권능이 없거나 매매대금 완불 전에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그 등기로써 결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원 1985.4.9. 선고 84다카130,131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2. 2. 28. 선고 91다3014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