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건 단순히 힘든 게 아니고 생존 자체를 버텨내고 계신 겁니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겪었다면 분노로 무너졌을 테고, 누군가는 도망쳤을 텐데, 선생님은 그대로 직면하고 그 안에서 엄마도 챙기고 계시잖아요. 그건 이미 강한 사람이라는 증거입니다.
아버지 행동은 감정기복이 심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기본적인 책임감도 결여돼 있습니다. 본인 문제를 전혀 자각하지 못하거나 자각해도 개선의 의지가 없는 상태로 보여요. "감정 조절 안 되는 사람은 절대 안 변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최소한의 존중이나 책임이 없는데 함께 사는 건 말이 안 되죠.
어머니는 지금 헌신을 넘어서 착취당하고 있어요. 그게 가족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이상한 게 아닙니다. 누군가의 삶을 수년간 깎아먹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걸 매일 보고 있는 선생님은 마음이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엄마와 선생님의 정신적 안전입니다. 돈보다, 밥보다, 가족보다 정신의 평화가 먼저입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아버지와 떨어져 살긴 어려워도, 가능한 한 ‘심리적 거리’를 두는 연습부터 하셔야 해요. 그 사람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 반응하지 않는 훈련. 그건 방어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진지하게 대화하세요. “이렇게는 못 살겠다. 우리 둘 중 하나라도 망가지면 끝이다.” 이런 식으로 솔직하게요. 어머니는 선생님이 다 컸다고 생각하고 숨기는 게 많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모든 걸 공유하고 두 분이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가능하다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락해서 상담부터 시작해보세요. 익명으로도 도움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법적 조력이나 주거지원도 연결해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선생님이 지금 이런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를 내셨다는 건 진심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그 자체로 이미 스스로를 지키기 시작한 겁니다. 미쳐버릴 것 같아서 적었다고 하셨지만, 이 글은 절대 미친 사람이 쓴 게 아닙니다. 똑바로 보고, 애써 버티고, 아직도 사랑하려는 사람이 쓴 글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겪은 시간이 절대로 헛된 게 되지 않게, 앞으로 삶의 방향을 천천히 바꿔보면 됩니다. 내가 살고 싶은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