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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싸움 저희 엄마는 20대 초반에 저를 임신하게 되시고 결혼을 하시면서 집안이랑

저희 엄마는 20대 초반에 저를 임신하게 되시고 결혼을 하시면서 집안이랑 거의 연락을 끊고 아빠의 고향인 시골로 내려오셨어요. 돈이 마땅치 않아서 할머니, 할아버지집에서 제가 6살때까지 살았던 것 같아요. 외할머니도 그쯤 돌아가셨고 할머니네 거의 옆집으로 이사를 갔어요.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셔서 항상 몸이 아프시고 아침 일찍 나가서 밤 늦게 들어오십니다. 그리고 아빠 고향이다 보니 친척도 많고 다 아빠가 아시는 분인데 엄마는 친구, 아는사람 한명도 없이 시골에서 시집살이를 하게 되신거죠. 제가 어릴땐 아빠가 친구들이랑 밤마다 놀러가서 엄마가 혼자 남을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싸움이 잦았고 엄마는 점점 술을 찾게 되셨어요.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쯤이 된 이후부터는 항상 일주일에 한두번은 술약속이 있고(저희 부모님이랑 친구 부모님끼리의) 집에서도 혼자 밤에 드라마를 보시면서 술을 드셨는데 엄마는 그게 자신의 유일한 낙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저희집이 경제적으로 힘들고 엄마는 취미도, 친구도 없으니 혼자 술을 마시는 것 말고는 낙이 없던 겁니다. 심지어 엄마가 거의 모든 집안일을 다 해요. 그러다보니 그때부터 부모님의 싸움이 점점 심해졌어요. 엄마는 아빠가 혼자서만 나돌아다니는거에 화가 났고 아빠는 엄마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거에 화가 났습니다. 진짜 서로 소리지르고 욕하면서 싸울때도 있었고, 몇번은 물건을 던지거나 조금의 몸싸움도 있었어요. 이때문에 엄마가 집을 나가신 적도 있습니다. 저는 동생이 2명이 있어요. 저도 이런 싸움을 보고 듣는게 힘든데 동생들은 얼마나 더 괴로울지 걱정이 됩니다. 심지어 막내는 엄마아빠가 집어던지고 욕하는 모습을 같은 방에서 눈으로 직접 봐서 혹시라도 기억에 계속 남을까봐 걱정돼요. 한번은 둘이 싸우다가 저희한테 와서 누가 잘못한 것 같냐며 물어봐서 가족끼리 좀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고 엄마는 힘든 시골살이에서의 유일한 낙이 없으면 자신은 무슨 낙으로 살아가냐, 아빠는 자신도 아픈데(아버지가 병이 있으셔요) 엄마도 아프게 되면 어떡하냐며 엄마를 걱정하는 말을 하셨습니다. 물론 엄마는 그게 진심이 아닌 그저 자신의 트집을 잡기 위함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때문에 서로의 갈등이 점점 악화되기만 합니다. 엄마가 저랑 동생에게 아빠와 싸운 이야기, 할머니나 주변 사람들 때문에 힘든 이야기를 하시는데 엄마가 불쌍하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듣는게 싫어서 제 자신이 너무 나쁜건가? 라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엄마가 카톡 프로필을 자주 바꾸시는데 몇번은 외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옛날을 그리워하는 글, 사진을 올리시기도 했고 며칠전에는 아빠와 싸우고나서 화장실에 갔다온 엄마를 보니 눈이 부어있더라고요. 방에서도 누워서 계속 울었는지 코 막힌 소리가 났습니다. 엄마는 아빠랑 심하게 싸우셨을때도 몇번 눈물을 보이셨는데 진짜 너무 힘듭니다. 두분이 이혼하실까봐 무섭기도 하고 그냥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는게 불쌍하고 그래요. 한번은 엄마아빠가 싸우셔서 저랑 동생이 듣다가 못참고 울면서 엄마 아빠 방에 들어가 그만하라고 소리친 적이 있습니다. 서로 물건 집어던지는 소리가 났거든요. 그랬더니 아빠가 눈물을 보이면서 엄마에게 뭐라 하고 나갔습니다. 그 때 아빠의 눈물을 거의 처음 봤는데생각해보면 저랑 동생들이 다 여자라 항상 엄마을 편하게 대하고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어서 아빠한테 미안하고 아빠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짜 둘 다 상담 받는 곳에 보내주고 싶어요. 서로 성격도 안맞고(아빠는 회피형이고 엄마는 끝까지 끝내야하는? 그런 성격이에요) 제가 보기엔 별거 아닌걸로 싸우기도 하고 잘못을 해도 서로 인정을 안합니다. 솔직히 엄마가 며칠전 우는걸 보고 혹시 우울증과 같은 병이 생긴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그래도 술때문에 항상 싸워서 저도 엄마가 간암처럼 병에 걸릴까봐 항상 무서운데 마음의 병까지 생기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이런 부모님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저는 곧 성인이라 대학교를 가면 볼 일이 많이 없지만 동생들은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야 하잖아요.. 진짜 엄마아빠가 불쌍하면서도 밉고 짜증나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저도 밉고 그냥 너무 복잡합니다. 이런 엄마 아빠를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마음속에 이 무거운 감정을 꾹꾹 눌러왔을지 얼마나 외롭고 혼란스러웠을지 느껴져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가족은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이지만, 때로는 큰 상처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질문자님은 지금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엄마, 아빠, 동생들까지 모두 걱정하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어요. 그 마음 자체가 이미 너무 따뜻하고 강한 사람이란 증거예요.

엄마는 갑작스럽게 낯선 시골에서 사람 하나 없이 살아가며 남편에게 외면받고 의지할 곳 없이 오랜 시간 혼자 버텨오셨어요. 그 외로움이 너무 커서 술로라도 자신을 달래려 했던 거고 말할 데가 없어서 자식들에게라도 이야기를 쏟아놓았던 거겠죠. 하지만 그런 엄마의 슬픔을 매번 받아주는 입장에서는 지칠 수 있어요.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절대 나쁜 게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오랜 시간 엄마의 감정을 받아주느라 질문자님이 혼자 상처받아온 거예요.

아빠도 회피형이라는 말처럼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고 감정을 삼켜온 분 같아요. 어쩌면 본인도 많이 힘들지만 표현을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자신의 힘듦이 외면받는다고 느껴온 걸지도 몰라요. 눈물 흘리셨다는건 그만큼 감정이 안에 많이 쌓였다는 뜻이겠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질문자님의 마음이에요. 그 무거운 가족 사이에서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은 이미 충분히 하고 있어요.

부모님의 문제를 당신 혼자 끌어안을 필요는 없어요. 이건 분명히 어른들의 문제이고 질문자님은 그 안에서 상처받아온 아이니까요.

앞으로 성인이 되어 더 넓은 세상에서 질문자님의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그 안에서 질문자님 자신을 가장 먼저 돌보는 것 그게 가족을 돕는 길이기도 해요. 자기 인생이 흔들리면 아무도 도울 수 없으니까요.

지금 느끼는 혼란, 분노, 슬픔은 모두 당연한 감정이에요.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안고서도 가족을 걱정하고 사랑하려는 마음 정말 대단해요.

마음이 더 가벼워질수있길 바랄게요.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